top of page

 *샌즈! 어디가!

 *그릴비에.

 

 샌즈는 현관문을 엶과 동시에 지름길을 밟았다. 지상에서 지하로 돌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것도 지름길이 있다면 한달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과거에 오지 않을 인간을 기다리며 몰래 핫도그를 씹어 삼키던, 폐허와 이어져 있는 스노우딘 숲의 첫 자락.

 우연이라고, 착각이라고 믿게 해달라는 샌즈의 바램과는 달리 두꺼운 옷을 입고 초소 앞 다리에서 서 있는 kid, 프리스크의 뒷모습은 선명했다. 샌즈에게 줄 생각인지 두꺼운 목도리가 양손에 들려있었다. 자신과는 다른 눈을 밟는 소리가 들렸는지 조용히 돌아보았다.

 발갛게 오른뺨과 추위로 떨리는 몸은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프리스크가 저렇게 약해 보였나를 자문했다. 아니, 저 아이는 언제나 빛나 보이고 강하고 선명했기에 저렇게 스러질 것 같은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 샌즈는 간지러운 치아를 악물었다.

 

 *kid.

 “어서 와, 샌즈.”

 

 잇새로 억눌린 소리로 불렀음에도 프리스크는 속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 이질감에 샌즈는 도망치고 싶었다. 원한다면 프리스크의 이 멍청한 행위를 토리엘에게 알리고 싶었다. 알피스에게 치료를 도와달라 말하면 얼마든지 도와줄 것이다.

 아니면 언다인에게, 프리스크가 더는 무리하지 않도록 보호해달라 하고 싶었다. 그릴비로 데려가 언 몸을 녹여주고 싶었다. 무슨 목적이든 이런 기분 나쁜 일, 더는 그만하라 말해주며 여느 때처럼 맛없는 햄버거와 진한 케첩으로 범벅된 농담이나 뱉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많은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해골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샌즈는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어 번 손으로 마른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뼈로 된 손가락과 손바닥이 얼굴을 긁어 싫은 소리를 낸다. 뼈밖에 없는 얼굴이 뼈밖에 없는 손에 긁히는 것을 ‘아프다’고 느꼈다. 텅 빈 갈비뼈 안쪽이 시큰거렸다. 있지도 않은 내장이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골 속을 울리는 미미한 통증에 억눌린 소리를 뱉었다. 서 있던 몸을 기댈 곳이 필요했다. 눈에 보이는 아무 나무에 쓰러질 듯 몸을 부딪쳤다. 요란스레 흔들리는 나무에서 눈이 조금 쏟아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몸이 고꾸라졌다. 무릎을 꿇은 두 다리뼈가 눈 속으로 파묻힌다.

 구역질이 올라와 몇 번의 헛구역질 소리를 뱉었다. 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자신을 향한 역겨움을 뱉는 듯했다. 마치 술에 절어버린 취객처럼 토악질을 위해 등과 어깨를 여러 번 들썩였다. ‘우웩’ 정도의 평범한 수준이었다면 설명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리스크는 그런 샌즈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제법 많이 길어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파이의 달콤한 냄새, 옅은 우유와 달콤한 꿀의 냄새는 꽃의 향기를 닮았다. 약간 텁텁한 듯했지만 그것은 파피루스의 스파게티 소스 냄새와 비슷했다.

 샌즈는 떨리는 손으로 나무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무슨 짓을 한 거야?

 

 프리스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법 여자아이의 티가 나는 얇은 팔을 움직여 흐드러진 머리칼을 손끝으로 정리했을 뿐이다. 샌즈는 해골임에도 창백하게 질린 듯한 얼굴로 프리스크를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 모습을 마주 본 프리스크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활짝 웃었다.

 

 *무슨 짓을 할 거야?

 “샌즈, 봄을 알아?”

 봄?

 

 그가 아무리 지하에 평생을 갇혀 있었던 괴물이라 할지라도 계절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하의 워터폴로 흘러들어오는 꽃잎들은 지상에 봄이 왔다는 증거였다. 대부분 괴물은 인간들이 지하로 꽃을 버린다 생각했을 뿐이지만, 매년 거슨은 지상의 봄을 떠올리며 서글퍼했다.

 

 “난, 모두가 사라지기 전에 봄을 보여주고 싶어.”

 

 프리스크는 샌즈에게 다가가 그의 목뼈에 머플러를 둘러주었다. 첫날부터 계속 품에 안고 있었을 터인 목도리는 그녀의 향기가 가득 묻어나와, 마치 품에 안긴 듯했다. 샌즈는 무언가 말을 이어야 했지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포근한 감촉은 마치 파피루스의 머플러를 닮았다.

 

 *그래서, 모든 물건에 네 의지를 나눠 담으면 모두가 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응. 괴물은 봄이 오기 전에 사라질 테니까.”

 

 멍청하기는! 괴물을 무시하고 얕봐도 유분수다. 인간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는 그들의 마법을 전부 겪어본 주제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들이 사라진다고? 사라지려면 진즉, 지하에 갇힌 그 긴 세월 안에 사라졌어야 했다. 샌즈는 복잡한 얼굴로 프리스크를 마주 보았다.

 샌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프리스크는 뻔히 아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에 적절한 반론을 펼쳐주지는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샌즈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활짝 웃어 보였다.

 꽃이 피는 것 같았다.

 하얀 꽃이.

 

 “봄에 온 걸 환영해, 샌즈.”

 

 샌즈는 자신의 뺨을 감싼 프리스크의 손이 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손을, 차갑게 식은 손뼈로 다시 덮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샌즈는 자신의 뺨을 더듬었다.

 

 *안돼.

 

 샌즈는 빈손을 휘저었다. 안돼, 안돼. 안돼. 고장 난 라디오, 바보 같은 메아리 꽃을 흉내 내듯 똑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프리스크를 향해 손을 뻗어 품에 안았다고 생각했다. 힘없는 코트 자락만이 품에 안겼다. 식지 않은 온기가 느껴졌다. 달콤한 파이와 우유의 냄새가 났다.

 

 *안돼.

 

 그 포근함은 한 아름 꽃을 품은 것 같았다.

 몸을 웅크렸다.

 옷자락이 흔들려 점점 식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눈물이 나왔다.

 어린아이처럼 울음소리를 냈다.

 봄이 오고 있었다.

 

From. GWSR_Ein

​@WDEin_

UNDERTALE COLLABORATION
언더테일 샌즈x프리스크
(or 프리스크x샌즈)
합작
2016.11.11


토비 폭스 원작자 인디 게임인 언더테일의 샌즈와 프리스크,

계절을 테마로 한 커플링 글 합작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의
저작권은 본 작가에게 상속되며,

원작자의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캡쳐하거나 베끼기 등을 할 시,

법적으로 엄중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 점을 유의해 감상 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
​-위 내용은 됴로님(스왑펠 합작)의 허가에 따라 쓰인 유의사항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