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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이 한참 지나서야 자신에게로 날아온 답장에 그나마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했다. 일어났구나. 밥은 먹었구나.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사랑해'라는 단어에 대한 답은 없었다. 조금도. 그래도 좋았다. 잠시 동안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 갑자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뚝, 끊겨버렸다. 뭐지, 왜. 도대체 왜 답이 없어? 불안이 온 몸을 덮쳐왔다. 손이 달달 떨리고, 온 몸에 한기가 돋았다. 사무실 안은 분명 히터 덕분에 따뜻할 터 임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떨려왔다.

 샌즈, 샌즈. 그가 잘못된 건 아닐지. 도저히 일을 손에 잡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입사하고 나서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꾀병을 부렸다. 아프지는 않지만 일을 할 수가 없을 것 만 같아서. 그의 걱정으로 근심 걱정이 가득한 제 얼굴을 상사는 정말 아파서 낯빛이 좋지 못하다고 여긴 건지 의외로 흔쾌히 제 조기 퇴근을 허락했다.

 급히 짐을 챙겨 퇴근길에 올랐다. 혹시 몰라 조급한 마음에 그에게 전화도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전화 또한 받지 않았다.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초조함이 더욱 더 늘어날 뿐 이었다. 걸음이 조금 더 빨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조금 무리였다. 제 회사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길게 느껴졌다.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서는 집 주소를 말하고 애꿏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혹시라도 그 에게 연락이 올까. 하지만 결국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에게 거의 연락은 없었다. 급히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기사에게 건네주고 거스름돈을 받는 것 조차 깜빡한 채로 집으로 뛰쳐들어가듯 몸을 옮겼다. 바로 신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도 신발이 있는 걸로 보아서는 아마도 집 밖으로 나간 건 아닌 모양이었다.

 제 신발을 던지듯 벗어두고서는 빠르게 거실과 부엌을 훑어보았다. 문자의 내용대로 밥을 건든 모양인지, 음식의 냄새가 어렴풋이나마 남아있었다. 그가 1층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바로 2층 계단을 올라 안 방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로 눈에 띄는 커다란 이불 뭉치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다행이야, 그저 잠에 빠진 것 뿐 이어서. 그가 자는 것을 확인하자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그 옆으로 몸을 옮겼다. 곤히 자는 얼굴. 조금 야위었다.

 

" 샌즈, 자? "

 

 대답 대신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듣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가 자고 있으니 오히려 더 잘 될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정말 사실은.

 

" 네가 아직도 날 싫어하는 걸 알아. 네가 내가 만든 밥을 먹지 않는 것도 알고 있었어.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네가 일부러 내 문자에 답장을 안 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어. "

 

 그래도 난 네가 좋았어. 정말, 너무 너무 좋았어. 그래서 널 내 옆에 두고 싶어서. 어떻게든 두고 싶어서.
 그래서 주변 괴물들을 한 명씩 멀리 보냈어. 파피루스를 대학에 들어가도록 꼬신 것도 나 야. 모두를 멀리 보낸 게 나 야. 너는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모르고 있었을까. 그래서 네가 날 아직도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난, 이렇게나. 이렇게나 네가 좋은데. 대답해줘. 샌즈.

 

* heh,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는 이불을 걷어내고 그 검은 눈구멍 안으로 푸른 안광을 내비치며 자신을 내리눌렀다. 증오? 그것도 아니라면 경멸인가. 그의 눈에는 그 두 가지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와 다른 세계에 있는 자신이 싫어서 그를 자신의 세계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그 결과가 이것인가. 그의 목소리는 매우 차갑게 가라앉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그는 한 벌 밖에 없는 그 푸른 후드집업을 껴입고서 자신을 둔 채로 유유히 방문을 열었다.

 

* 따라오지 마. 찾지도 마. 난 네가 혐오스러워. 꼬맹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그 말 한마디면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곤.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그 사이에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자신과 그 의. 프리스크의 관계처럼. 우리의 관계는 살얼음판 이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였어. 샌즈는 눈보라 속을 거닐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스노우딘에 살던 시절의.
 눈길을 걷자 자박 자박거리는 눈 밟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그 무엇도 없었다는 것 처럼. 자취를 감췄다.

 샌즈가 떠나고 난 뒤에 방에 혼자 남은 자신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 꼴 좋네, 파트너. 그래서 십 년 동안 만족했어? 저게 네가 원한 결과였어?

" 시끄러워, 차라. "

 

 그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그 의지를 다시 잡아, 파트너. 넌 얼마든지.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 내가 도와줄게. 자, 어서 잡아. 제 눈 앞으로 드리워진 암흑같은 화면과 황금 빛의 형체. 그리고,

 

- RESET           -CONTINUE

 

 나는, 다시 한 번 더 널 만나러 갈게, 샌즈.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이번에는 네가 도망가게 두지 않을게.

 

* 당신은 그 의지를 붙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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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라태

@Ratae_UT 

UNDERTALE COLLABORATION
언더테일 샌즈x프리스크
(or 프리스크x샌즈)
합작
2016.11.11


토비 폭스 원작자 인디 게임인 언더테일의 샌즈와 프리스크,

계절을 테마로 한 커플링 글 합작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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