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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지쳤어. 아니, 사실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조금 쉬어가고싶어. 쉬어가고싶지만. 원하는 건 다 손 앞에서 5센치정도 더 멀리있어서. 그림의 떡을 바라보면 침을 흘리는 자신이 바보같아. 이제는 다 귀찮아져버려서. 의지를 다지라고만 하지말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를 주세요. 누구한테 풀어야할지 몰라, 화만 나버려서. 분명 쓰레기장에서 주워왔을 촌스러운 하트가 그려진 샤프를 작은 손에 쥐어. 열심히 써내려갔던 글을 힘을 줘 까맣게 지워버렸다.

 하얀 메모장에 검은 글씨를 채워가는 행위가 신기해 끄적이는 샤프의 소리도 사락이며 넘겨지는 종이의 소리도 손가락에 느껴지는 종이의 감각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단발머리의 무표정한 소녀가 이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평화로운 연애소설의 제목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쓰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직은 시작되지 않는 게임 속 아무도 없지만 아직도 달콤한 시나몬 버터 스카치 파이 냄새가 나는 포근한 방 안에서. 적절한 약간의 짭짤한 눈물의 조미료와 함께.

여름의 가운데 

 몇 번째의 노말 엔딩인지 몇 번째의 진 엔딩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반복해가는 게임 속에서 프리스크는 초연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반복되어가지만 해피엔딩이 될 수가 없는 걸 알아서.

울면서 써 내려가는 연애소설

 내가 계속 원했던 평범한 연애. 많은 걸 바란 게 아니라는 걸 누구든 알 거야. 그냥 평범하게 사랑하고 손을 잡고 너와 사랑을 얘기하고 속삭이는 그런. 그런데도 좋아하다는 감정을 품는 것만으로도 죄악이 되는 이 소설은 이미, 이 세상은 이미. 실패한 연애소설이 아닐까. 이 게임이, 이 세상은 연애물이 아니니까. 끔찍하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엄청나게 웃긴 개그라도 들은 듯. 그래, 사실 웃기는 소리가 아닐까.

몰살 엔딩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몰살 엔딩이 아예 없는 게 아닌 이 게임 속에서 연애 따위를 바라는 내가.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몰라 두려워하는, 그런 반복에 포기해버린 해골이라던가, 모든 행위에 초연해진 자신이 사랑이라니. 내가 어떻게 감히. 우리가 어떻게 이 끔찍한 세상에서 사랑이라니. 살기에도 벅차 발버둥 치는 이 게임 속에서. 어이가 없어서 억울해서 써 내려가는 나만을 위한 일어날 수 없는 사랑 이야기.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러니 최대한 평범하고 알콩달콩 하게. 일어날 수 없는.

 언젠가 나눴던 대화를 프리스크는 더듬어갔다. 

 

"그거 알아 샌즈?"
"heh, 뭔데 꼬맹이 멋진 뼈 개그라도 알아냈어?"
"아니, 지상에는 사계절이 있는데 여름이라는 계절은 무척 덥대."
"그거 참 멋지네, 내 생각에는 핫 랜드랑 비슷할 것 같은데.."
"그리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차가운 얼음덩어리를 먹는다고 해."
"나이스크림 같은?"
"맞아."
"너무 많이 먹다가 골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겠는걸."

 

 샌즈는 윙크를 프리스크에게 날렸지만, 프리스크는 조용히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 아마 샌즈는 전혀 상상도 못할 발칙한 생각이라고 프리스크는 등 뒤에 흐르는 죄악감을 쓸어내렸다.

 좋아, 내 연애소설에는 샌즈와 내가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자연스레 사랑을 얘기하고 아이스크림 맛 나는 키스를 할 거야. 정말,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라 프리스크는 샌즈 모르게 얼굴을 작은 두 손으로 가리며 배시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샌즈와 하는 입맞춤은 어떨까. 그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어떻게 속삭일까. 그와 나랑 서로의 얼굴을 사랑이라는 감정 외로 쳐다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정말 불가능한 물음 투성이라. 프리스크는 어이없는 웃음만 터져 나왔다. 흐르지 않는 시간이 그녀는 야속했다. 그리고 완성된 연애소설에는 그녀의 슬픔만이 담겨있다. 아무도 보지 못할 그녀의 소원과 사랑이. 눈물에 젖은 종이가 말해주듯 그녀는 절박했다. 잔혹한 현실을 도피할 매력적인 것이. 그것이 혹여나 절대 오지 못할 거짓이라고 해도. 그녀는 필요한 것이었다. 샌즈의 온기, 샌즈의 입맞춤, 포옹 사랑의 속삭임 절대 올 수 없는 거짓이라 그녀를 어떤 것보다 슬프게 만든다 하더라도 말이다.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이 자신을 위로할 뿐이였다. 얄궂게도 그를 만나지도 못한다.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여름이 오지 않을 겨울이,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소설의 제목이 빛난다. 마치 워터폴의 가짜 별처럼.

 

"너가 별이야?"

 

프리스크는 일기장을 품에 안고 울먹이며 작게 물어보았다. 누구에게 묻는건지 그녀의 등이 초라하게 보였다. 

​

From. 세이켄

@vamvam23

UNDERTALE COLLABORATION
언더테일 샌즈x프리스크
(or 프리스크x샌즈)
합작
2016.11.11


토비 폭스 원작자 인디 게임인 언더테일의 샌즈와 프리스크,

계절을 테마로 한 커플링 글 합작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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