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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빛이 도는 눈물 한 방울이, 땅딸막한 해골의 손에 들려있는 편지를 물들였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듯한 헤진 종이는 그의 손에서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온 힘을 쏟고 있는 사람처럼. 벌써 수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아니, 돌아오지 않았다.

​

 '기뻐해야지, buddy. 왜 그리 슬퍼해?' 푸른 후드를 입고 있는 해골은 자기 자신한테 넌지시 질문했다. 

 

 답은 없었다. 이미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키가 작은 해골은 생각보다 더 미련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쟁이였다. 적어도 그는 자신이 위선자라고 생각했다.

 기뻐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편지를 읽고 눈물이 흐를 것 같을 때는 일부러 크게 소리내어 말장난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나 지하에서 장난감 칼을 들고 괴물들을 죽였던 꼬맹이가 사라져 잘 됐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의 하루는 아이의 편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마치는 것 또한 아이의 편지와 함께했다. 매일매일 읽는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눈물이 나왔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말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했으나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딱 그랬다. 갑작스러운, 예고치 않은 이별. 아이는 그렇게 괴물들의 곁을 떠나버렸다. 지상에 올라온 지 일 년이 다되어가던 가을, 원망스러울 정도로 푸른 하늘을 가진 날에 - 거친 종이 몇 장 위에 흩어져 있는 흑색 단어들이 쓰인 편지 하나를 달랑 남기곤.

 

[아, 정말 푸르네. 서러울 정도로. 있지? 난 계속 샌즈랑, 토리엘이랑, 파피루스랑 - 모두와 함께 이곳에 남고 싶었어. 적어도 내 마음은 그래. 샌즈 곁에 없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문장이 유독 그의 눈에 밟혔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꼬맹아, 난 네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말이야. 넌 예나 지금이나 의지로 가득 차 있겠지.' 어디에 가도 잘 적응할 아이였다. 갑작스럽게 지하로 떨어져 괴물들을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으니까. 갑자기 옛날 생각을 하니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아, 갈비뼈 한 대가 아파졌다고 해야 하려나.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두 번째의 만남도. 세 번째의 만남은 별로 좋지 않았다. 네 번째 이후의 만남은 세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다가 수를 잃어버렸다. 끔찍했던 나날들이 생각나 그는 눈을 감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스노우딘에서 내리는 눈에 섞여 있던 먼지들, 파피루스의 붉은 스카프, 심판의 방에서 만난 꼬맹이의 상처투성이던 몸.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은 성난 황소처럼 그의 마음을 짓밟았다. 

 호기심이 부른 참사는 수십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멈췄다. 길가의 모든 꽃들을 뽑고, 밟고, 불태워야 끝이 날듯하던 살기는 몇 년 전에서야 멈췄고, 아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괴물들을 구원했다. 아이의 의지로 멈춘 것인지, 다른 기분 나쁜 꼬맹이가 지루해진 건지는 잘 모르지만.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토리엘의 집에서는 달짝지근한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 향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샌즈와 파피루스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퍼즐이 최고라고 말다툼을 벌였다. 이런 평화로움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지상에 올라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던 가을이 돼서야 일이 터졌다. 함께 핫도그를 먹던 아이의 눈이 동백꽃보다도 붉어지더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을 때 샌즈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kid?" 

 

 조심스럽게 꼬맹이를 부르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 그에게서 멀어졌다. 마치 불에 덴 사람처럼. 원래대로의 호박색 눈을 되찾은 아이는 그대로 도망쳤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있는 힘껏 뛰기 시작한 아이를 그는 차마 붙잡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도망치는 아이의 눈물을 머금고 그의 광대뼈를 스쳤다. 평소의 따뜻한 체온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갑게 식어버린 눈물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말이지, 슬픈 사실을 알아버렸어. 내가 - 차라와 함께 저질렀던 일들이 우리의 사이를 가로막더라. 씻을 수 없는 상처들처럼.]

 

 편지 군데군데가 번져있었다. 아마 꼬맹이도 울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갈비뼈 사이사이가 넓어졌다 다시 좁아졌을 때, 그의 은빛 동공은 아이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그 거리를 메꾸려고 노력했어, 샌즈. 아팠던 일들을 잊으려고, 아니 - 잊게 해주고 싶어서, 일부러 더 밝게 웃으며 맑은 하늘만큼이나 푸른 말들을 흘렸어. 아득하기만 했던 봄의 끝자락을 지날 때 우리가 같이 약속했던 것, 기억해?] 

 

 '물론이지, buddy. 내가 그렇게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느새 그는 머릿속으로 아이의 편지에 대답하고 있었다. 아무리 소리쳐도 꼬맹이는 듣지 못할 답들이었지만. 

 

[리셋은 그만하자. 행복하지자. 같이.] 

​

 같이, 라는 단어가 신경쓰였다. 그는 지금 혼자였다. 꼬맹이는 리셋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행복했던 것 또한 아니었다. 그는 편지를 읽다 말고 얼굴을 두 손뼈에 묻어버렸다. 또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아이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련했고, 이기적이었고....

 여렸다. 

 조금만 툭 쳐도 스르르 떨어져 저 멀리 흩날릴 것 같은 민들레 씨앗들처럼. 

 

[토리엘과 파피루스, 다른 친구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래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거고. 이상하게 가슴이 저려왔어. 나도 같이 행복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 내가 행복하면, 여태까지 내가 지었던 죄를 모른 척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kid.' 심판의 방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아이를 죽였던 기억이 떠올라 슬퍼졌다. 꼬맹이가 기억하는 것 같이 그 또한 과거의 시간선들을 기억했다.

UNDERTALE COLLABORATION
언더테일 샌즈x프리스크
(or 프리스크x샌즈)
합작
2016.11.11


토비 폭스 원작자 인디 게임인 언더테일의 샌즈와 프리스크,

계절을 테마로 한 커플링 글 합작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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