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커피잔 위로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일게끔. 느릿하게 오르고 올라 허공으로 투명하게 퍼져나간다. 인간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본다. 몽롱하게 뜨인 눈이 허공을 따라 움직이다 천천히 감기자, 더 이상 연기는 피어오르지 않는다. 초점이 잘 맞아, 머릿속의 중얼거림. 그것을 따라 움직이는 입술이 버석버석 말라 공허한 소리만을 뱉어낸다. 그렇게 서서히 인간의 익숙한 어둠이 찾아온다. 밤이 찾아온다.

 이 시간의 거리는 조명이 켜진 곳이 드물다. 아, 익숙한 어둠이다. 조용한, 아니 조용하지 않은. 거리를 울리는 소리가 걸음마다 울려 퍼진다. 멀리서 파도치는 바다, 둔탁하게 울리는 구두 소리. 둘러맨 목도리 사이로 바람이 새어든다. 동시에, 찬 공기가 익숙하게 흩어진다. 가까워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확실하게 다가오는 찬바람. 이마저도 익숙하다. 인간은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파도치는 광경을, 부서지는 모습을. 뜨인 눈의 초점이 우스울 정도로 잘 맞는다. 

 

 슬슬 혼자 살아볼까 해요.

 

 뜬금없이. 뜬금없이 뱉은 말에 그녀는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평소처럼 버터 스카치 파이를 만들던 중, 그래. 평소와 같은 일상. 재미있다고 하기엔 무료하고, 재미없다고 하기엔 싫지 않은 그런 일상 속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 했을 법한 소리를.

 

 나도 어른이에요, 엄마.

 

 그 날, 그녀는 최초로 버터 스카치 파이 만들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인간은 그마저도 그럭저럭 맛있다고 생각했다. 음, 실패한 버터 스카치 파이. 확실히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감은 눈을 뜨게 만든 건 차분하게 내려앉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꽤 침울해 보였음에도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만큼은 침착했다. 귀여운 엄마, 인간은 생각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꾸준하게 파이를 물고 꾸준하게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음, 역시나 귀여운 엄마다. 침울한 안색과는 다르게 그녀는 인간의 말에 긍정적인 답을 안겨주었다.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이 너에게도 좋겠지, 아가.

 

 인간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가, 머릿속에서 곱씹는 말. 성인이라니까요, 아차 그녀의 표정이 더욱더 침울해진다. 정 많고 따뜻한 나의 엄마. 그녀는 걱정했을 것이다. 혼자 살아갈 인간을. 갑작스레 떨어져 지내게 될 인간을. 오로지, 인간을. 그럼에도 인간의 생각을 존중해준다. 그녀는, 인간을 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화는 침착하고 순조롭게 이어졌다. 가끔 인간의 미소가, 그녀의 웃음소리가 둘 사이의 긴장을 풀어 준다.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잘 자렴, 아가야.

 

 가벼운 굿나잇 인사가 이루어진다. 불빛이 꺼지고, 고요가 찾아든다. 희미하게 들리는 말소리만 빼면 완벽한 고요가 아, 파도가 발끝을 적셨다. 저도 모르는 새에 파도 근처로 다가갔던 탓이다. 이런, 이번에는 바지 밑단까지 젖어버렸다. 인간은 몸을 떨며 파도에서부터 저만치 떨어진 곳으로 가 처량하게 쭈그려 앉았다. 축축하고 차갑다. 차갑다. 차갑다. 차갑다.

 차갑다.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으로 다양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인지라 별로 놀라울 것은 없었다. 대부분이 슬퍼했고 슬퍼하고 또, 슬퍼했다. 꼭 연락하라며 휴대폰을 들이밀기도 했다. 번호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잊지 말라는 듯 자기 번호를 알려주던 친구들의 모습이 우스워서, 인간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다양한 표정으로 인간을 바라보던 친구들마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이 썩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

연락할게, 나중에 봐.

 

 인간은 생각했다.

 짐 정리를 마치고 나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시간 참 빨리 간다, 뻐근한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향하는 길에 시간을 확인한다. 확실히 빠르네, 인간은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주방 한가운데에 서서 시계 초침 소리를 듣는 것. 언제는 거슬리기만 하던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이제 다시 몸을 움직여 냉장고를 뒤적인다. 가볍게 먹을 만한 것이 필요하다. 적당히 배를 채울 만한, 간식 같은 거. 다행스럽게도 먹을 것은 충분했다. 초콜릿이라든가, 초콜릿이라든가, 초콜릿 같은. 인간은 초콜릿을 집어 입에 물었다. 사실, 이건 인간이 원하던 간식은 아니었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가볍게 먹기에는 딱 맞았고, 당분이 필요했던 터라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창밖을 바라봤다. 어둑해진 바깥이 오늘의 마지막이 얼마 안 남았음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똑. 초콜릿이 끊어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정말로 얼마 안 남았다, 하루의 끝이. 인간은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이 커지기 전에

 

['잠깐 시간 있어?']

 

 문자가 왔다. 

UNDERTALE COLLABORATION
언더테일 샌즈x프리스크
(or 프리스크x샌즈)
합작
2016.11.11


토비 폭스 원작자 인디 게임인 언더테일의 샌즈와 프리스크,

계절을 테마로 한 커플링 글 합작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의
저작권은 본 작가에게 상속되며,

원작자의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캡쳐하거나 베끼기 등을 할 시,

법적으로 엄중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 점을 유의해 감상 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
​-위 내용은 됴로님(스왑펠 합작)의 허가에 따라 쓰인 유의사항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