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즈가 그 아이를 발견한 건 어느 비가 내리던 날의 꽃밭에서였다.
어깨에 조금 못 미치는 아무렇게나 잘려있는 부스스한 갈색 단발 머리에, 무척이나 낡아보이는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인 줄무늬 스웨터.
그리고 나무 특유의 결이 아직 살아있는 나뭇가지 하나와 몇번이나 사용했던 것 같은 너덜너덜한 반창고.
샌즈는 무척이나 낯이 익은 그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이 근처에 인간이 살고 있었던가?'
그가 알기로, 이 주변에는 인간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은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샌즈는 아이곁에 쪼그리고 앉아 볼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작은 움직임조차 살아있지않다.
"살아있긴 한거야?"
그는 무심코 이렇게 중얼 거리며 아이의 감은 눈 위로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을 휘휘 흔들었다.
"팝, 나왔어."
샌즈가 발닦개에 발을 쓱쓱 닦으며 부엌 안쪽에서 스파게티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만들고있는 그의 동생에게 인사했다.
곧 그가 '팝'이라고 부른 괴물이 요리를 마무리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벽 너머로 어서와 라고 외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녜혜혜혜 때마침 잘왔어! 지금 막 요리를 완... 형, 이 인간은 누구야?"
"아, 인사해 팝. 얘는...음...그러니까..."
샌즈는 빠르게 적당한 답변을 생각했다.
"그래, 너의 스파게티를 먹고 싶어서 찾아온 손님이야."
"세에상에!!! 내 스파게티를 먹기위해서 지금 인간 손님이 찾아왔단 말이야?"
파피루스는 뒤로 돌아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듯 하더니 잔뜩 폼을 잡은 채 말을 이어갔다.
"에헴! 잘들어 인간!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야, 내가 주문한 특별 수제 면이 도착했거든!! 녜혜혜!!! 기대하고 있으라고!"
인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버린 말에 살짝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곧 무표정으로 돌아와 물끄러미 샌즈를 올려다보았다.
샌즈는 잘 넘어갔다며 안도하고는 아이를 데리고 거실 쇼파로 자리를 옮겼다.
"음...잘 넘어간 것 같지? 좋아,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샌즈와 눈을 맞추었다.
샌즈는 아이의 눈이, 어디서 본것만 같아 의아했다.
"좋아, 꼬맹아. 우선 이름이 뭐야?"
"이...름..?"
"그래 이름. 음,일단 통성명 먼저 하자고. 우선 난 샌즈고 저기 있는 내 동생은 파피루스야."
"...잘 모르겠어."
"음, 누군가 널 불렀다던가. 그런 기억은 없어?"
"미안... 기억이 잘 안나."
"뭐, 미안해 할 것 까지야. 기억이 안나면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huh,너 조금 소심한 성격이구나? 정말 괜찮아. 그나저나 배고프지 않아? 팝이 스파게티 다 한 것 같은데 먹으러 안 갈래?"
아이는 멍하니 샌즈를 바라보다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후로, 아이는 거의 그 집에서 매일매일을 보냈다.
아이가 기억을 잃고 혼자서 꽃밭에 쓰러져 있었다는 말에 어떤 마음씨 착한 토리엘이라는 이름의 아주머니가 아이를 거둬 주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샌즈와 그의 동생 파피루스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 집에서 자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며 가족으로 착각할 만큼 사이가 매우 좋고 거의 매일 같이 붙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여느때보다 일찍 잠들었던 날이었다.
꿈속에서,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늘 모두 자신을 꼬맹아, 아가야, 애야 등으로 불렀음에도 어떻게 그 이름이 자신을 나타내는 말인것을 알아챈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이름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꿈속은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는 그저 샌즈와 파피루스와 토리엘의 이름을 부르며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