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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 어른들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헐뜯었다. 그런 관계 사이에서는 일그러지는 분열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은 사방에 흩어져 바스러져 있었고, 두 사람마저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었다. 켜져 있어야 할 전등은 전부 꺼져있었고, 그 심연 안에서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게 악몽에서 나오는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괴물은 서로에게 무언가 속삭이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몇 달간 지속하는 상황을 지켜보던 프리스크는 따분함을 느꼈다.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리스크는 아무렇지 않게 집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 또한 무언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는 것이라고. 프리스크는 그 목소리 따라 홀린 듯이 따라 나왔다.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간 곳에는 한 번 들어오면 나올 수 없다는 숲속이었다. 처음에는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이곳은 원래 있었던 곳보다 고요한 것이 더는 괴물이 무언가 속삭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 프리스크는 주변의 숲을 살펴가며 계속해서 앞을 걸어 나가다가 그만 앞을 보지 못한 나뭇가지에 발이 걸려 그대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 속에서 어른들이 자신을 잃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싶었다. 어쩌면 찾을 생각도 없이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Kid.”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끔뻑거리며 떠냈다. 담요를 들고 다가오는 샌즈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프리스크는 왜 부르느냐는 물음 대신 시선으로 말을 대신했다.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님에도 그는 시선만으로도 말을 듣는 것인지 금방 알아차리는 듯 싶었다. 프리스크는 고민과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샌즈는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을 잠시 보냈다가도 금방 그 시선을 뒤로 하며 반팔 옷 위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감기 걸리긴 싫잖아. 프리스크는 샌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상하리도 거부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는 존재였다. 대체, 무슨 방식으로 하면 사람을 이끌 수 있었을까.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남긴 프리스크는 담요를 끌어안고 다시 눈을 감아내었다. 피곤한 듯이 몸에 기운이 별로 없었다.

짧은 시간의 행복감은 금방 물들어 트라우마를 기억해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조차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누구보다 더 자각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샌즈는 본인 스스로가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 것도 아닌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무언가를 씹어 넘길 때도 허하게 느껴지는 것이 속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어버린다. 비참함은 금세 온몸을 물들었고, 곧이어 체념하게 되어버린 본인의 모습은 프리스크를 보다보면 그때의 자신이 비춰 보였다. 

 평소처럼 이라면 프리스크가 금방 추위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게 옳음에도 프리스크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괜찮다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통각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사체가 걸어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샌즈는 프리스크에게서 느껴지는 괴기함을 애써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그릴비 안으로 돌아가는 건 어때. 눈이 내릴 것 같은 징조가 들었다. 가끔 스노우 딘에는 눈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몇 년 중에서 한두 번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릴비가 따뜻하게 마실 걸 줄ㅡ,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등 뒤에서 걸음을 주춤거리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프리스크?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 처럼 한참 눈을 마주하고 있다가 등을 돌려 달아나버렸다. 

 샌즈는 프리스크가 자신을 보고 도망칠 리 없었다. 그렇다 한들 이상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샌즈는 프리스크를 바로 따라가지 못했고 프리스크가 있었던 자리에는 자신이 덮어주었던 담요가 자리하고 있었다. 샌즈는 그 담요를 들고 손에 꽉 쥐고 있다가 눈 위에 발자국이 남겨진 것을 보고 프리스크의 뒤를 따랐다. 

 그릴비로 돌아가자는 샌즈의 말을 듣고 있던 프리스크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평화롭고도 아득한 이곳에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릴 필요가 없었을 줄로만 알았다. 안일했던 생각을 한 것에 대한 것이었을까. 감고 있던 눈을 뜨자마자 처음에 보았던 그 괴물들이 샌즈에게도 붙어서 무언가 속삭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었나. 무언가 더 말하려던 것을 듣지도 않고 걸음을 돌려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숨이 가슴까지 차올라 올 만큼 계속해서 뛰었다. 그 뒤에 있던 괴물은 나를 보며 입이 찢어져 있는 상태로 웃어보였다. 자신을 못 본 줄로만 알았던 것은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샌즈에게 속삭였다. 

 

[너는 괴물이야. 그러니, 인간을 죽이는 게 어때. 간절히 바란 자유는 저 문을 여는 것이잖아.]

 

 그들에게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고 따뜻한 곳과 파이를 대접했던 토리엘도, 스파게티를 만드는 것을 즐기던 파피루스도, 처음에는 사나웠으나 그들의 영웅이었던 언다인도, 왕실 과학자이자 안전하도록 길을 안내하도록 도와주었던 알피스도, 가는 길마다 기다린 듯이 도움을 줬던 샌즈조차도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친절했던 것인지의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곳은 더는 자신에게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프리스크는 두려움과 알 수 없는 위협으로 인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하지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려면 굳게 닫힌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었으나 그러려면 내가 이곳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곳에는 내가 머물 자리는 영영 없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어른들은 자신이 사라지길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프리스크는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서야 걸음이 늦춰 한 곳에 우뚝 멈췄다. 어느 한 곳도 자신이 있을 곳은 없는 것 같아 서러움이 치밀었다. 프리스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본 괴물이 등 뒤로 스멀거리며 올라올 것 같았다. 무언가 속삭이고 있었으나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훼방하기 위함이라 여겨 두 눈을 다시 감았다. 날 내버려둬. 그 이상 생각을 이어내고 싶지 않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의와 희생의 갈등 사이에서 그들의 자유를 얻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에게는 인간의 영혼이 필요해.’ 
‘아스고어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거야.’
‘너를 죽이고 문을 여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자유의 선택이야.’

UNDERTALE COLLABORATION
언더테일 샌즈x프리스크
(or 프리스크x샌즈)
합작
2016.11.11


토비 폭스 원작자 인디 게임인 언더테일의 샌즈와 프리스크,

계절을 테마로 한 커플링 글 합작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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