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누군가가 쳐다보는 시선에 몸을 돌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분 탓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가던 길을 다시 가기로 한다. 토리엘 아주머니가 기분좋은 웃음을 보여주며, 버터 스카치 파이에 들어갈 재료인 버터와 계란을 사오는 걸 부탁 하셨다. 당신은 거절하지 않고, 토리엘 아주머니에게 심부름값과 사야할 재료가 쓰여 있는 메모지, 가게 지도를 받았다. 밖은 눈이 올 정도로 춥다며 따뜻한 목도리와 겉옷, 모자 등을 입혀 주셨다. 누가 봐도 얼어 죽지는 않아 보인다. 추운 것은 둘째 치고, 길 찾는 걸로 걱정이 되시는 건지 길조심을 하라는 말을 반복 하셨다. 표정으로 보이지 않지만 토리엘 아주머니를 걱정 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다녀 오겠다는 말과 함께 토리엘 아주머니에게 꼬옥 안겼다. 그제서야 안심이 된건 지 안정적인 표정을 보이셨다. 토리엘 아주머니가 간단 하면서도 쉬운 지도 덕분에 가게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추웠지만 눈을 보며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싫지만은 않았다. 가게에 들어온 당신은 버터 스카치 파이를 만들 때 꼭 넣는 버터의 제품명과 어느 회사의 것인지 훑어본다. 잠시 뒤, 주황색 박스로 포장되어 있는 버터를 발견하였지만 당신의 키에 비해 높은 곳에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버터를 잡으려고 하다가 계속해서 실패한다. 다른 걸 사야 하나 하고 바로 앞에 있는 버터를 잡으려다가 빨간 손이 당신이 원하던 주황색 박스를 건네준다.
"녜헤헤! 어떠냐, 인간! 내가 너보다 먼저 버터를 집었다고!"
"원래 키드(kid)에게 주려고 했잖아."
"내가 더 빨리 집었다는 걸 인간에게 보여 주려고 한 거야!"
손에 들린 주황색의 버터가 당신을 기쁘게 만든다. 빨간 손의 주인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말을 하다가 당신의 손에 들린 가득 찬 장바구니를 보고 친절하다고 보이는 손으로 뺏어간다. 줄거운 발걸음으로 계산대로 향하는 걸 본다. 잠시 당황하였지만 무표정 이였던 얼굴에 조금 웃음꽃이 핀다.
"토리엘 아주머니가 많이 걱정 하셨어."
아직 남아 있는 해골에게 고개를 돌린다. 빨간 손의 주인이 계산 하는 걸 보다가 당신과 눈을 마주친다.
"우리에게 부탁을 하더라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널 도와 주라고 말이야."
토리엘 아주머니가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당신의 생각보다 많은 걱정을 하셨나 보다. 처음으로 하는 심부름이여서 그럴 수도 있다. 해골만의 웃음소리와 같이 말을 이어간다.
"뭐, 나도 걱정 되었지만 내 동생이 호들갑을 떨면서 너를 쫓아 갔었어. 가게를 가는 길은 다른 곳보다 위험한 것이 많아서 반드시 보호해줘야 해야 한다고 나를 버릴 정도로 뛰어 갔지."
당신과 해골은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파피루스와 함께 토리엘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였다. 아까 가게에서 말하였던 샌즈의 말이 생각난다.
"키드 네가 친구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정을 나누는 가족이여서 많이 아끼는 거야. 파피루스가 키드에게는 말을 안해도 속으로는 걱정을 하고 있어. 정말 '골' 때리는 동생이야."
아저씨 개그를 끝으로 동생의 짐을 들어 주려다 자신이 들 수 있다며 장바구니를 들고, 뛸 정도로 팔팔해보인다. 파피루스는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궁금해 하였지만 당신의 칭찬으로 궁금한 것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밖으로 나오자 조금 거세진 눈에 놀란 파피루스는 샌즈에게 당신을 부탁한다며 먼저 토리엘에게 달려간다. 갑자기 맡겨진 당신은 가만히 서있다가 샌즈의 말에 발걸음을 옮긴다.
"일단 갈까?"
고개를 끄덕이며 나빠진 날씨의 산책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좋았지만 점점 추워져 볼과 귀가 떨어질 거 같았다. 샌즈는 그런 당신이 걱정 되어 눈을 피할 곳을 둘러 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눈은 다시 잠잠해져 눈살을 찌푸리며 걷는 일은 없어졌다. 당신은 조용해진 날씨에 한숨을 쉬며 사라지는 김을 쳐다본다.
"이거이거, 파피루스가 당황 하겠는데? 갑자기 날씨가 조용해져서 뼈빠지게 뛴 보람이 없어졌겠어."
이번에 들은 개그는 당신을 웃게 만든다. 샌즈는 그런 당신의 웃는 모습을 보다가 말을 이어서 한다.
"키드."
당신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언가 진지해진 분위기다.
"그동안 내가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해서 그래? 늘 하던 개그에 빵터지고 말이야."
예전 같았으면 싸늘한 공기가 흐르며 넘어 갔었는데 오늘은 파피루스의 귀여운 행동도 그렇고, 당신을 재밌게 만드려는 샌즈의 개그 덕분에 웃음이 나온 걸수도 있다. 당신은 아니라며 부정을 하였지만 꺼내지 않은 사실로 샌즈를 실망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웃는 얼굴을 보니까 기분은 좋네."
분명 샌즈는 웃었다고 생각하여 화끈한 느낌에 얼굴이 붉어지자 걱정이 섞인 말을 듣는다.
"날씨가 잠잠해져도 추운 건 마찬가지니까. 토리엘 아주머니는 그렇다 쳐도 파피루스가 안 온다며 난리를 치겠네."
뼈 밖에 없는 손은 차가웠다. 오히려 장갑으로 덮인 당신의 손이 그나마 따뜻할 거같았다. 그렇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꽉 쥐어진 압력에 샌즈는 당신을 쳐다 보았다. 여전히 붉어진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키드, 추운 거 맞는 거지?"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믿지 않는 거 같아 보인다. 키가 같아 시선을 어디에다 돌려도 샌즈가 보여 당신은 시선을 놓을 곳을 잃어 버린다. 차가운 손에 잡힌 얼굴과 눈은 샌즈에게 향해진다. 소중한 것이라도 만지듯이 조심스럽다.
"뼈 밖에 없어서 춥겠지만 안아도 될까?"
"... 응..."
뒤에서 쓰다듬어지는 손길이 좋다. 더 깊숙히 품으로 들어간다. 입은 이마에 닿으려다가 멀어진다. 당신은 이 사실을 모른채 샌즈에게 안기고 있다. 씁쓸한 눈으로 품에 안겨진 당신을 보다가 다시 걸어야 한다며 발걸음을 다시 움직인다. 당신은 안겨져 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여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않는다. 샌즈가 무엇 때문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지 물어 보려다가 토리엘 아주머니의 부름으로 나중에 하자며 뒤로 제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