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터 스카치 파이는 맛있었다. 토리엘 아주머니의 솜씨는 여전하다며 모두가 칭찬하였다. 반면에 계속해서 들려오는 칭찬을 받는 주인은 당신에게 우유를 건네준다.
"오늘 고생 많았단다, 아가야. 혼자 가는게 걱정이 되어서 말없이 둘을 보낸 건 미안하게 생각한단다."
고개를 저으며 엄마같은 분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오히려 걱정이 되어 누구를 보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녀의 따스함을 안아 주었다.
"가는 길에 눈이 엄청 와서 깜짝 놀랐었어요!"
"그러고 보니 눈발이 거세졌던데 괜찮았니?"
"저는 상관 없었지만..."
파피루스의 시선을 느낀 당신은 샌즈가 옆에 있어줘서 괜찮다고 한다. 당신의 말에 토리엘 아주머니는 샌즈에게 고맙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런, 머리가 많이 차갑구나."
"형이 웬일로 머리가 차갑다는 거지? 평소에는 차가울 일이 없는데."
"밖이 너무 추워서 그래."
창 밖을 통해 들리는 거센 바람소리와 더 거칠어진 눈을 발견한다. 여기서 이 형제를 집으로 보내는 건 위험한 짓이니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던 형제에게 말한다.
"오늘은 하룻밤 묵고 가는게 좋겠구나. 날씨가 나빠져서 밖에 나가는 건 무리인 거 같단다."
"아무래도 그러는게 좋겠어요."
"... 그러죠."
샌즈의 애매한 답변을 들은 당신은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을 하였지만 머리가 차가워서 잠시 냉정해진 거 같다는 썰렁한 개그를 말한다. 역시나 괜한 걱정은 한 건가 싶다.
아직 잠들기 직전에 당신은 창문을 통해 눈길로 없어진 밤을 보고 있다가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발소리의 주인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옆에 앉아 바깥을 구경한다. 두근 거리는 심장소리를 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조금 거리를 두어 앉는다. 괜히 발소리의 주인을 싫어하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역시 따뜻한 이불에 있다가 나오면 뼈가 시리다니까."
들으라고 한 말인지 당신에게 시선을 두며 말하였다. 당신은 이불로 꽁꽁 싸맨 자신의 몸을 보다가 멀리 하였던 거리를 다시 가깝게 하여 샌즈에게 이불을 살짝 건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당신의 행동을 보고있던 샌즈는 웃음을 보인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더 가까워 졌다가 이내 붙어버린 감촉에 아까 추운 밖에서 느꼈던 일이 생각나 얼굴이 다시 붉어진다.
"heh... 키드."
붉어진 얼굴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옆에 붙어 있는 샌즈를 쳐다본다. 웃음을 머금고 있는 거 같아 당신도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
"어디가 아파서 얼굴이 빨개진 거야?"
고개를 좌우로 돌려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그러면 더운 거야?"
이번에도 아니여서 고개를 다시 좌우로 돌린다. 잠시 생각이 잠기던 샌즈는 앞머리로 가려진 당신의 이마를 보이게 하더니 바로 딱딱한 뼈 뿐인 입을 이마에 댄다. 깜짝 놀란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런 당신의 반응이 귀여워 보이는 건지 볼을 살짝 잡아 당긴다.
"역시 이게 맞나 보네."
이 말을 끝으로 어깨가 당겨져 샌즈의 품으로 안긴다. 밖에서 보이는 눈이 오늘따라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는 것이 이런 기분이라는 걸 알게 된 당신은 깍지를 낀 손의 느낌을 느끼려고 한다.
거세게 오던 눈은 어느새 그쳐 있었고, 그저 지나갔다는 걸 보여주듯이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인다. 이미 아침식사 준비를 도와주고 있는 파피루스가 기다림에 지치지 않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당신과 샌즈를 찾으려고 당신의 방을 시작해서 형제가 있었던 방을 살펴 보았지만 머리카락 조차 보이지 않았다. 파피루스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일어났을 때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샌즈는 항상 아침 산책을 나간다 하여 이번에도 산책 때문에 나갔나 싶어 딱히 찾지는 않았다고 한다. 파피루스의 말대로 산책이라면 지금쯤 돌아오고 있어야 한다. 당신도 없어져 걱정이 되는 토리엘 아주머니는 다시 파피루스가 있는 부엌으로 돌아간다.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찾으러 다니는게 좋을 거 같다.
"기억날 지 모르겠네."
한숨 쉬듯이 나온 숨은 김이 되어 사라지는 걸 보다가 샌즈의 물음에 고개를 돌린다.
"네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말이야."
당신은 토리엘 아주머니가 주신 목도리와 모자를 끼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마터면 냉동 인간이 될 뻔 하였을테니까. 장갑을 꼈지만 손이 차가운 건 마찬가지인 지 도통 윗주머니에서 손이 나오는 걸 볼 수 없다.
"너는 다시 인간 세계로 가려고 했잖아."
말 한마디에 당신은 느긋하게 겨울을 만끽하려다 발걸음을 멈춘다. 샌즈의 말이 거짓은 아니여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거의 당신이라면 지금쯤 죽이거나 설득을 하여 이 곳을 나갔을 거다. 하지만 점점 여기서 살다보니 오히려 인간 세계보다 더 좋게 보고 있다. 지하 세계에서는 적어도 배신 같은 걸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인간인 당신이 그런 짓을 할까봐 속으로 마음을 두고 있기도 한다. 당신이 아무 말도 없자 차가운 손이 당신의 머리를 쓰다 듬는다. 왜 그러냐고 물어 보자 이런 대답을 한다.
"키드는 다른 인간과 다르게 우리를 친구로 받아 들였으니 괜찮아. 배신을 생각한다고 해도 실행 하지는 않을 거야. 나 말고도 파피루스나 토리엘 아주머니도 마찬가지야. 물론 다른 녀석들도 그럴테고. 이제는 모두가 널 믿고 있어."
길어서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하지만 쓰다듬어지는 느낌도 있어 이제까지 해왔던 걱정이 가벼워진 거 같아 샌즈에게 웃음을 보인다.
"더군다나 이런 특별한 뼈가 돌아 다니는데 어떻게 그러겠어?"
당신은 특별한 뼈에게 솔직하게 대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색을 하자 반대로 샌즈가 웃는다.
"이래야 키드 답지."
'저 말을 무슨 뜻일까.' 라고 생각한 당신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샌즈에게 물어 보려다 그만두기로 한다.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물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그 생각을 한 뒤, 얼마 안되어서 토리엘 아주머니와 마주쳐 갑자기 나가면 어떡하냐며 샌즈와 함께 혼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서 한 일은 평소랑 다름 없었다. 모두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떠들썩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 들은 얘기는 며칠 전, 메타톤이 최대 시청률을 찍었다며 보너스 무대를 보여주다가 발이 꼬여 넘어질 뻔 하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알피스도 고생을 하였다고 하는 말에 알피스가 메타톤에게 어떻게 대하였는지 상상이 간다. 늘 그렇듯이 아침식사를 끝낸 뒤, 토리엘 아주머니의 집안일을 조금 거들었다. 샌즈와 파피루스는 가보겠다는 인사를 한 뒤, 스노우딘 마을로 향한다.
"아가."
책을 읽던 도중 토리엘 아주머니가 당신의 방에 노크를 한 뒤, 들어온다. 당신은 무슨 일이냐며 물어 보았는데 잠시 침대로 앉으라고 한다. 토리엘 아주머니의 옆에 앉은 당신이 궁금하다는 눈으로 본다.
"아침에 샌즈랑 어디를 가려고 했던 거니?"
사실 당신도 어디로 가는 건지 몰라서 그냥 걷기만 하였다. 어처피 돌아갈 곳은 정해져 있어서 가볍게 산책만 하려고 생각하여 당신은 솔직하게 말한다. 그 말에 알려줘서 고맙다고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