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눈꽃들이 거리를 흩날리며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이미 쌓여진 눈 위에 덧쌓이는 눈꽃들의 양은 점점 많아져만 갔다.
길거리에서 여러 선물들을 사가는 인간들과 괴물들은 행복해보였는데, 결계가 깨진지 겨우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 크나큰 발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이것을 위해 노력했던 '영웅'은 인간세상으로 올라와서부터 대사일을 시작했고, 이제는 재법 대사 일에 익숙한 만큼 여러 사무직들을 행하고 있기도 하였다.
'영웅' 프리스크는 밖에서 들리는 캐럴의 소리들을 무시하고 아무도 모르도록 몸에 옷을 껴입고, 모자를 쓴 후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걸음을 옮긴 것은 다름 아닌 괴물들과 그녀가 나온 결계 앞이였다.
5년이 흐르고도 깨끗하고 멀쩡한 지하세계에는 그녀의 추억을 새록 새록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두껍던 옷을 벗어 알현실의 아스고어가 앉아있던 의자 위에 내려두고 가벼운 줄무늬 니트와 긴 바지를 입은 채, 그녀가 쓰고 나온 모자를 챙겨서 지하 세계 안쪽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알현실에서부터 코어, MTT 리조트, 핫랜드, 위터풀, 그리고 스노우딘까지.
각각의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떠오르는 추억들은 그녀의 미소를 자아내도록 하였다.
예전에는 들렸을 법한 음악소리와 괴물들의 소망은 이제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워터풀의 메아리꽃들에게도 갔을 때에 우울한 울림이 아닌 희망을 지닌 몇 괴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중,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니, 그녀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말이 하나 울려왔다.
'아직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어. 단지 그뿐이야.'
주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에 그녀는 곧장 누가 했던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는 메아리 꽃에 이 말을 해두었을까.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렇지만 애초에 그녀는 그가 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기에 더는 부정하지 않고서 자리를 옮겨갔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옆에 있는 메아리 꽃에다가 소근거리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리고나서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워터풀을 지나 스노우딘을 향하는 방향으로 걸음걸이를 옮겨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갈등도 없었고 그저 확고만 모습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등 뒤를 유심히 따라가던 그는 그녀가 메아리 꽃에 속삭이는 것을 몰래 바라보다가 그녀가 자리를 떠나고나서야 그 메아리 꽃으로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가 허리를 숙여 메아리 꽃에 귀를 가져다대자, 방금 전 들리지 않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녀의 말이 끝났음과 동시에 그의 표정이 굳어짐과 동시에 갑자기 사라졌다.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일까.
(캐럴 : White Christmas)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
그녀가 스노우딘에서 부르는 쓸쓸한 캐럴송이 울려퍼지면서도 아무도 살지 않는 스노우딘 마을을 횡하였다.
모두 지상으로 올라간 지금, 남아있는 빈 집들은그녀의 슬프듯한 캐럴 노래와 섞여지면서 더욱 외로워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저릿하게 아려오는 심장을 잡고서 꿋꿋하게 노래를 불렀다.
빈 지하세계에도 크리스마스 이브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녀는 잔잔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슬픔이란 이루어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그녀가 부르는 캐럴의 음이 멈춰졌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웅'이라고 불리며 남들과 다르게 대우 받았던 그녀는 역시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멸시받곤 하였지만 그녀는 꾹 참고 모두를 위해서 힘썼다.
5년이 지난 지금마저도 힘겹게 사회와 싸우면서 그녀는 모두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알아주는 사람들, 괴물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것을 당연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들리는 그녀가 불렀던 캐럴송이 이어 불러지자 터져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그동안 감겨졌었던 눈을 뜬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처음 떠보는 그녀의 눈은 금색 눈동자를 가졌는데, 울었던 탓에 아름다운 금색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져있었다.
그녀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걸어가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싹한 느낌을 함께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캐럴송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그녀에게로 점점 다가오는 캐럴송은 이내 그녀의 등 뒤에서 멈춘채 그 자리에서 이어 불러졌다.
익숙한 목소리로 판단이 되어진 그녀는 서둘러 뒤를 바라보자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가 서 있었다.